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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22 12:38

이세상 어딘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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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어딘가에

 

 

옥이 : 이 세상 어딘가에 있을까 있을까
          분홍빛 고운 꿈나라 
          행복만 가득한 나라
          하늘빛 자동차 타고
          나는 화사한 옷 입고
          잘 생긴 머슴애가 손짓하는 꿈의 나라

언니 : 이 세상 아무데도 없어요 정말 없어요
          살며시 두 눈 떠 봐요
          밤하늘 바라봐요
          어두운 넓은 세상
          반짝이는 작은 별
          이 밤을 지키는 우리
          힘겨운 공장의 밤

모두 : 고운 꿈 깨어 나면 아쉬운 마음뿐
          하지만 이제 깨어요
          온 세상이 파도와 같이
          큰 물결 몰아쳐 온다
          너무도 가련한 우리
          손에 손 놓치지 말고
          파도와 맞서 보아요

 

 

 

“이 테이프는 한국교회 사회선교협의회가 제작한 노래굿 〈공장의 불빛〉 테이프입니다. 뒷면의 반주 테이프를 틀어놓고 그것에 맞추어 몇 사람의 근로자들이 노래와 춤으로 재미있게 꾸밀 수 있을 것입니다.” 

10월 유신과 함께 기약없는 정치적 요시찰 대상자가 된 김민기의 사뭇 긴장된 목소리가 흘러 나온 뒤 사십분 남짓 이어지는 이 조악한 음질의 ‘노래굿’ 테이프는 한국 대중음악사상 가장 깊은 지하에서 제작되었으면서도 가장 높이 불타 오른 비판정신의 극점이 되었고 아직껏 그 자신을 넘어설 후임자를 찾지 못했다. 

 

  문학에 김지하의 〈오적〉이 있었다면 음악엔 이 〈공장의 불빛〉이 있었다. 경기고 재학시 책상 밑으로 〈오적〉을 돌려 읽었다는 김민기가 십여년 뒤 바로 자신의 손에 의해 그에 필적하는 저항의 오선지가 분만될 줄을 예상이나 했을까? 

  서두의 짧은 편지 내레이션을 제외하면 음악적 연관성으로만 긴밀하게 엮어진 이 믿을 수 없는 작품을 단순히 70년대의 대표적인 노조 탄압 사태의 하나인 동일방직사건을 소재로 한 ‘선전극’의 형태로 한정하는 것은 가장 결정적인 오판이 될 것이다. 

 

  이 작품의 진정한 속살은 다시 트로트와 영합한 주류 대중음악의 매너리즘과 대학가요제라는 ‘관제’ 딱지가 붙은 대학의 노래문화의 지형도를 근본적으로 전복하는 음악 질서 그 자체의 ‘얼터너티브’ 정신에 있다. 그리고 이 문제제기는 바로 80년대의 진실을 운반하고자 했던 모든 가객들이 극복하지 않으면 안되는 이정표가 된다. 

  어둡고 초라한 악절의 집요한 반복으로 구성된 〈교대〉, 주로 군대사회에서 구전되는 선율을 빌려 노동자 간의 미묘한 대립점을 탁월하게 형상화한 〈야근〉, 동요적 순결성과 제련된 언어 감각이 결합된 〈공장의 불빛〉, 레시터티브(敍唱) 스타일을 말 그대로 한국적으로 풀어낸 〈음모〉, 진양조의 민요적 감수성을 현대적으로 재창출해 낸 〈두어라 가자〉, 그리고 익히 알려진 〈이 세상 어딘가에〉. 

 

  이 다양한 스타일을 한 줄로 꿰뚫는 핵심은 우리말 속에 있는 선율과 리듬의 법칙이다. 그의 노래가 서정적이거나 익살적일 때조차도 부르는 입에 착착 감겨드는 것은 바로 그와 같은 이 작곡가의 유일무이한 원칙 때문이다. 

 

  이것은 그럴 듯한 선율을 만들어 놓고 역시 그럴 듯한 노래말을 붙여 해결하려는 안이한 작곡 기법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세계이며 또한 그것은 우리가 중심지 대중음악의 무의식적 지배 사슬로부터 독립하기 위한 첫번째 필요충분조건이기도 한 것이다. 

  이 작품이 태어난지 17년이 흘렀건만 공식적으로는 아직 ‘리바이벌’도 ‘리메이크’도 되지 못했다. 1993년 그의 노래들이 4 장의 음반으로 묶일 때도 이 역사적인 ‘노래굿’은 제외되었다. 

 

  다만 이 노래굿의 맨 마지막을 장식하는 〈이 세상 어딘가에〉가 1990년 김민기가 주관한 ’겨레의 노래’에 송창식과 조경옥, 그리고 노찾사의 목소리로 담겨 있을 뿐이다. 이 작품의 후속 사건은 1984년 어린이용 뮤지컬 〈사랑의 빛〉이라는 제목으로 착수되었다가 1995년 가을에 이르러서야 록 오페라 〈개똥이〉로 마침내 완성되었다. 

  그는 그의 뒤에 오는 이들에게 가장 많은 숙제를 남긴, 그러나 여전히 그 숙제를 지치지 않고 풀고 있는 우리 대중음악사의 반디인 것이다.

<강헌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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